베를린에서 호랑이 장가가는 날
베를린에서 호랑이 장가가는 날.아니, 정확히는 그것보다 더 생경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.금빛으로 노을이 지는데, 동시에 새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천둥까지 쳤다. 4월의 일이었다.아주 잠깐 펼쳐진 장면 앞에서 어떤 날씨라고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.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풍경이었지만 ‘영화 같은 날씨야!’라며 지인에게 동영상을 보냈다.무심히 지나쳤던 지난날 기상이변 소식들. 화면 속 아나운서들의 목소리가 스쳤다. 이상기후 때문이라면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마음이 조금 찜찜했다.
shot on Contax G2Berlin, Germany, 2024